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라고 하죠. 이처럼 봄이라 하면 탄생과 시작, 도전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계절입니다. 시기상 한 해의 상반기에 해당하니 어떤 일을 시작하기 좋은 때이면서 사계절 중 날씨도 포근하고 활동하기 좋아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계절인데요. 24절기 중 봄에 해당하는 대표 절기인 입춘의 풍속과 속담, 관련 음식에 대해 알아보세요.
입춘, 양력 2월 4일경, 봄의 시작
태양의 중심이 황경 315˚에 일치하는 입춘 절입 시각을 기준해 전년과 금년을 구분하며, 이 날을 봄의 시작이라 하여 입춘이라 이름 붙였다 합니다. 사주가 들은 이것이 해를 넘어가는 기준으로 생각하여 입춘을 기준으로 띠를 구분하는데, 음력설과 입춘이 가까워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보통은 음력으로 띠를 나누기도 하고, 편하게 양력 기준으로 띠를 나누기도 하는 등 오늘날에는 띠와 기준 날짜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대체로 이 즈음 설날이 같이 오는탓에 음력으로는 봄이 1~3월이 되지만, 중국 화북지방 기준이라 우리나라의 기후와는 잘 맞지 않습니다.
풍속
입춘축 : 새해의 첫 절기이기 때문에 농경과 관련한 행사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풍습으로 새해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등의 문구를 쓴 입춘축(입춘방)을 대문이나 문설주에 붙이는데요, 일출 시에 맞춰 붙이면 좋다고 합니다. 그러나 상중에는 붙이지 않는다고 하네요.
보리뿌리점 : 농가에서는 보리 뿌리를 뽑아보고 뿌리수를 통해 그해 농사 풍작과 흉작 유무를 점치기도 했답니다. 3은 풍작, 2는 평작, 1이나 없을 경우에는 흉작이라고요. 실제로 비옥하고 좋은 환경일수록 식물들은 뿌리를 많이 내리니, 나름 과학적인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
입춘하례 : 1년 농사의 시작을 알려주는 절기이므로, '고려사'에 따르면 국가차원에서는 봄을 준비하는 의례인 입춘하례의식을 치렀다고 합니다. 이때 국가에서는 봄맞이 행사를 열며, 국왕은 직접 경작 시범을 하며 농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여러 행사를 진행했다고 해요. 또한 민간에서는 집안 청소, 농기구 손질, 거름 준비 등을 하며 농사와 관련된 준비를 시작하는 등 농사를 짓기 위한 전반적인 준비를 하는 절기였습니다.
입춘굿 : 제주도의 농사 풍요를 기원하는 의례 풍속으로, 제주목의 관아인 관덕정 앞에서 심방의 굿을 통해 그해 농사의 풍요와 풍년을 기원하는 굿과 탈놀이를 진행합니다. 굿을 위해 관덕정으로 들어가는 심방들이 서민들의 집에 들어가 쌓아놓은 보릿단을 뽑아온 뒤 보리의 생육상태로 농사의 풍작과 흉작을 점치기도 했다는데, 보리뿌리점과 비슷한 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목우희 : 나무로 만든 소로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행하는 풍속인데요, 소는 농가의 재산이자 가장 큰 노동력이었으니 농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요하고 상징적인 요소로 중국에서 그 기원이 시작되어 조선시대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소를 나무나 흙, 쇠로 제작하거나 직접 소탈을 쓰고 사람이 분장하기도 하며, 종이에 그림으로 표현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소를 만들어 세워두거나 굿에 등장시켰습니다. 오늘날에는 놀이로써 그 풍습이 남아있습니다.
관련 속담
절기상 날씨가 아직까지는 겨울의 기운이 느껴지는 시기인 만큼, 봄의 추위와 관련된 유사한 뜻의 속담이 많습니다.
-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 : 입춘이지만 날씨가 춥다는 의미로 반드시 입춘 즈음에는 추위가 다녀간다는 뜻입니다.
- 입춘에 장독 오줌독 깨진다, 2월에 물독 터진다 : 절기상 양력 2월 4일이지만 그 무렵의 추위는 아직 가시지 않고 매섭기만 합니다. 아직까지는 봄의 기운보다 겨울의 기운이 강한만큼 추위로 인해 장독들이 얼어서 깨질 만큼 추위가 강하다는 뜻입니다.
- 입춘 거꾸로 붙였나 : 입춘이 지났는데도 날씨가 매우 춥기만 한 상태일 때, 입춘이 제 구실을 한다면 글자를 바로 세워 썼을 텐데, 구실을 못하니 글자를 거꾸로 붙인 셈이라는 뜻입니다.
- 가게 기둥에 입춘이라 : 보잘것없고 허름한 가게의 기둥에 '입춘축(입춘대길)'을 써붙인다는 뜻으로 제 격에 맞지 않고 과하거나 지나친 상태라는 뜻입니다.
입춘과 관련된 음식
명태순대
내장을 뺀 명태의 뱃속에 소를 채워서 만든 순대로, 동태순대라고도 불리며, 제주도에서는 순대를 '수애'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명태의 배를 가르는 것이 아닌, 생선 대가리를 딴 뒤 아가미 쪽으로 내장을 빼냅니다. 이 명태 내장과 고기, 채소, 두부 등을 다져서 양념한 뒤 소를 만들어 이를 다시 명태 뱃속에 채워 넣고 입을 오므린 뒤 묶어서 찌거나 구워 먹습니다.
명태순대는 평소에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김장철에 만들어 집 밖에서 꿰매 달아둔 뒤 꽁꽁 얼려두고 먹거나 설 등의 명절에 대량으로 만들어 손님을 대접하는데 많이 사용되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함경도에서 많이 즐겨 먹는 음식입니다. 동태가 많이 잡히는 명천 지방에서는 제철이 되면 이 동태순대를 얼려 둔 뒤 겨우내 먹는 반찬으로 애용했다고 하네요. 이 명태순대가 일반 돼지순대와 다른 점은 선지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명태에는 비타민A가 풍부해 피로 해소 등에 도움을 주니, 이색적인 제철음식으로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기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오신채(입춘채)
매운맛이 나는 다섯 가지의 채소로 만든 새로운 봄의 생채요리를 말하며, 입춘채, 진산채, 오신반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햇나물을 겨울 눈 아래에서 갓 캐내어 임금에게 진상하고 궁에서는 겨자와 함께 무쳐내 '오신반'이라는 이름으로 수라상에도 올린 음식이었습니다. 이런 절식 풍속은 겨울을 지낸 후 신체에 부족할 수 있는 비타민의 섭취를 위해서라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식 풍속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겨우내 섭취하기 힘든 신선한 채소의 영양분을 보충하고 잃기 쉬운 봄철 입맛을 돋우는 햇나물 무침으로, 다섯 가지 생 채소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대표적으로 쓰이는 나물은 대파, 산갓(명아주 냉이), 승검초(당귀), 미나리 싹, 부추, 무순 등으로 전체적으로 자극적인 맛과 향을 가진 나물들을 재료로 쓰게 됩니다. 갓 채취한 제철 나물들은 그 자체로 맛과 영양이 얼마나 좋을까요? 오신채에 들어가는 나물들의 영양과 효능에 대해 알아보면 만병통치약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대파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숙변을 제거해 주며, 알리신이라는 성분이 다량 함유돼있어 항균작용이 뛰어나 면역력을 올려주고 감기 예방에 좋습니다.
산갓은 우리가 아는 갓과 맛이 매우 흡사하며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혈관계 질환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승검초는 당귀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여성을 위한 약초'라 할 만큼 각종 부인병 질환에 도움이 되는 영양성분이 많이 들어있답니다. 베타카로틴과 철분, 엽산, 비타민 B와 E군이 풍부해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됩니다.
미나리는 무기질이 풍부한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으로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며 봄철 미세먼지와 황사로 인한 체내 중금속과 독소 배출에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과다 섭취 시에는 위를 자극해 복통이나 설사,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봄 부추는 '자양강장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양기에 도움을 주는 채소인데요, 항산화 성분이 많아 노화를 방지하고 비타민 B군의 흡수를 높여 피로 해소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부추가 안 맞는 분들은 무순으로 대체해도 좋습니다.
무순 역시 영양이 풍부한데 비타민 A와 C, 칼슘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다이어트화 소화불량, 부종 해소와 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제철 나물들로 봄 분위기도 살리고, 입맛과 건강 모두 챙겨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입춘에 이 오신채를 먹으면 인의예지신 다섯 덕목을 갖추고, 신체의 기관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건강해진다고 믿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일 년 내내 전염병을 막아준다고 믿으며, 일본에서는 나물로 죽을 끓여 먹으며 일 년간 무병장수를 기원한다고 합니다.
24절기 중 첫 절기인 입춘의 유래와 풍속, 음식, 속담 등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도움이 되셨나요?
절기에 대해 몰라도 괜찮지만 알고 나면 한 번씩 달력을 챙겨볼 때 아는 만큼 보이는 또 다른 재미가 생긴답니다. 입춘 말고도 재미있는 다른 절기들이 많으니, 참고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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